['제 3의 증인' 법정 전문가 패널-1] 임상심리학자 오정열 박사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재판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로서 상황을 ‘감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올해 LA카운티 법정은 한인 5명을 포함해 총 320명을 뽑았다. 탄도학, DNA, 지문, 필적, 독물학, 사건현장 재구성 등 41개 분야에서다. 본지는 한인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전문가 증인들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오정열(사진) 박사는 종종 '미친' 사람들을 만난다. 정확하게는 '미쳤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LA카운티 법원이 공인한 '전문가 증인 패널'중 임상심리학자인 오 박사는 형사재판에서 정신이상을 항변하는 범인들을 감별한다. 오 박사에 따르면 범인들이 스스로 미쳤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석방되기 위해서'다. 현행 형법상 만약 범인이 범행시 명백하게 정신이상이라고 인정되면 '형사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가 구성되지 않는다. 따라서 범인은 환자로 구별돼 교도소 대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이 제도는 자칫 냉혹한 살인마가 풀려날 수 있다는 위험성 때문에 적용이 엄격하다. 2007년 가주 등 8개주 법원 통계에 따르면 변호인이 피고의 정신 이상을 문제삼은 형사재판은 전체의 1%다. 그나마 성공율도 26%에 그칠 정도로 바늘귀다. "법정에서 '미쳤다'는 의미는 옳고 그름의 판단 능력이 없다는 뜻입니다. 같은 정신병자라도 선악과 사실 구별 능력이 있다면 법적으로는 정상이죠." 예를 들어 한 살인자가 시신을 절단하고 유기했다면 증거인멸을 시도했기 때문에 인격장애일 뿐 정상으로 판별될 가능성이 높다. 그 애매모호한 경계를 가르는 잣대가 궁금했다. 복잡했다. "먼저 서류와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범인의 수사보고서 병력 증상 복용약 가족과의 인터뷰 등등 전반적인 배경을 조사하죠." 그후 교도소로 직접 만나러 간다. 다음 단계는 심리테스트다.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감별법으로는 잉크얼룩 그림을 보여주고 심리상태를 판별하는 '로샤 테스트'가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최근 법정에서 증거 채택이 거부되고 있다. 그래서 오 박사는 'MCMI-Ⅲ'와 'TOMM'이라는 질문기법을 사용한다. 전자는 정신이상 여부를 후자는 증언의 신빙성을 입증한다. "통상 'MMPI' 기법이 쓰이는 데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샘플링한 질문이라 언어나 문화가 다른 한인들에게 맞지 않아요. 한인 피고들이 자칫 불이익을 당할 소지가 있죠." 지난 2007년 12월 글렌데일에서 발생한 한인 동거녀 살해사건도 오 박사가 맡아 정신이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용의자 김모씨에게 MMPI 대신 MCMI-Ⅲ를 실시한 후 얻은 결론이다. "정신병자들은 자기대변을 충분히 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한인 죄수들은 한인 전문가를 만나기 어려워 자기 변호가 더욱 어렵죠. 한인 임상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들의 패널 참여가 절실합니다." 정구현 기자